어젯밤부터 벌어진
과장되게 말하자면 역사의 발자국이 시작되려는 그 순간을
오후도 한참 무르익은 지금에서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패트레이퍼 part 2를 보면
도쿄시내에 소규모의 전쟁이 발생해
도심지로 탱크가 달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거리를 지키게 되지만
사람들은 마치 TV속에서 보는 이야기인 것처럼
무감정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군인과 사진을 찍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실로 지금 나의 상태가 그것.
일요일까지 회사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모든 것은 모니터 너머의 라이브 TV쇼와 다를 바 없으며
아무리 걱정하는체 그 이야기를 꺼낸다해도
그 앞에서 촛불을 들고 마음으로 부닥치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앎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만들 늘어놓은 만화를 그린다해도
그것은 그 시대를 구성하는 것이며 작가의 생각 역시도
그 시대를 살아가기에 얻을 수 있는 지혜의 산물.
그렇기에 모든 작가의 작품에는 그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작은 파편들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먼 발치에서 구경만하는 나는
과연 역사를 보고 들은자라 말할 수 있으며
역사의 증인중 한명이라 말할 자격이 있는 것 인가.
그곳에 모여 서로 팔을 엮고 않아 촛불을 들고 있는
그들도 나와 같이 삶이 힘들고 하루하루가 바쁜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과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곳에 모여 있다.
그들과 함께 하기는 커녕
관련 기사 몇개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에어컨이 돌아가는 회사에서 그림을 그리는
나의 무력함에 문뜩 화가 난다.